브라질리아에서 살바도르까지 버스로 장장 24시간. 그것도 한 버스로 말이다.
서울과 부산을 2번 왕복하고도 한번 더 가야 하는데 아마 한국의 고속버스로는 힘들어서
못할 것이다.
살바도르의 여행도 버스를 처음에는 저렴한 회사 것(183헤알)으로 구입했다가 당일, 버스가
지연되고 뭔가 꺼림칙해서 조금 언성을 높여 환불을 받고 40헤알을 더 주고 좀더 큰 버스회사
것을 구매했다.(버스가 큰 게 아니라 회사가 큰 거다.ㅋㅋㅋ) 참고: 1헤알은 680원정도.
그런데 아르헨티나의 장거리버스는 3시 먹을 거리를 챙겨주는데 브라질 장거리버스는 요금도
훨씬 비싼데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대신 중간 중간 휴게소에 세우고 알아서 먹으라고 한다.
(아니 아무 안내도 하지 않는다. 출발할 때 뭐라 뭐라 알아 듣지 못할 말을 하는데 그러고 다시 아무런
안내도 없다.)
그런 버스를 타고 자다 깨다, 졸다 깨다, 휴게소에 서면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며 24시간을 달렸다.
그런데 왜 내 자리 뒤에는 번번이 발 냄새나는 남자 놈들만 앉아 내 후각을 마비시키는 걸까?
아이 왕 재수.ㅜㅜ
버스에서 맞이하는 일출...
아침 7시경 어느 조그만 마을의 정류장에 정차했다. 내 몸도 순환을 시켜줘야 좋을 것 같아 화장실에 갔더니 화장실 입장료가 0.75헤알, 도심의 화장실 입장료(보통 1내지 1.5헤알)에 비해 비싸지는 않았지만 사실 돈을 내고 화장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좀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다.
들어 왔으니 본전을 뽑을 생각으로 뱃속을 청소를 하려고 곳간으로 들어갔는데 뭐 이런데가 다 있나! 딱
변기하나 들어가는 공간에 사람이 앉으면 무릎이 출입문에 닿을 정도로 좁은데다가 양변기는 양변기인데 물 내리는 통이 따로 벽에 붙어있어 줄을 잡아 당겨야 하는 아주 오랜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그만 배낭을 메고 들어갔는데 배낭을 걸어 둘 곳도, 놓아 둘 곳도 없다. 할 수 없이 뒤로 메었던 배낭을 앞으로 돌리고 변기에 앉아 뱃속 청소를 하려는데, 변기가 지저분도 하거니와 자세가 불안해서 뱃속에서 청소를 거부한다.ㅜㅜ 웃기는 놈이다. 여태까지 주인의 의도를 거부한 적이 없었는데. 아 정말 욕 나온다. 돈을 받으려면 좀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운영하던지...
무슨 나무인지 모르지만 잎이 무성한게 나무 아래서 쳐다보아도 빈틈이 없을 만큼 빽빽하다.
암튼 그렇게 달려 드디어 살바도르에 도착. 예정보다 근 1시간이나 연착되어 날이 좀 어두운 바람에 당초 버스를 타려던 생각을
접고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를 타기 전 얼마냐고 물었더니 미터로 간다기에 안심하고 탔는데 어이쿠! 이거 미터기가 미친 말 날뛰듯이 올라간다. 근데
미터기의 요금표시 아래 2번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뭔가 찜찜... 기사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혹시 열 받으면 이상한 곳으로 납치할까봐 그냥 있었다.
35헤알. 버스를 타면 3헤알 이면 되었을 텐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주말과 휴일 오후는 심야와 마찬가지로 할증이 붙고 그 2번 숫자가 할증적용 표시란다.)
호스텔에 도착 4인실 방 배정을 받고 짐을 정리하려는데
웬 서양 여자 3명이 우르르 들어온다. 같은 방을 써야 할 브라질 룸메들이다.
밖에 있다가 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호구 조사하러 들어온 것이다.
먼저 아는 척을 하였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 다음부터 쉴 새 없이 질문이 쏟아진다.
이들은 이모와 2명의 조카들.
수학선생을 하다가 퇴임했다는 이모라는 사람은 나를 방에 들여도 되는지 조사하는 거라며 농담도 한다.
암튼 이들의 환한 환대 덕에 아르헨티나사건 이후 약간 우울했던 기분이 좋아졌다.
더구나 서로가 모두 상대방의 기를 죽일 정도의 영어를 구사한 것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영어권 사람들보다 대화하기가 편했다.
그렇게 시작한 그들과의 만남은 그들이 자신들 구경 가는 곳에 함께 가자고 제안함에 따라 금방 가족과 같은 일행이 되었고 내가 떠나는 날에는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 나와 배웅해 주며, 시간을 내서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꼭 방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Jusus 광장에 있는 주 정부 건물이란다.
푸른 하늘과 하얀 건물의 조화가 너무 멋있다.
주변의 건물들이 푸른 하늘과 어울려 사진발을 잘 받고 있다.
나를 환대해준 브라질 룸 메이트... 사진 왼쪽이 미셀리, 오른쪽이 마르셀리, 자매간이고 마르셀리는 엔지니어링
전공, 미셀리는 건축공학 전공,브라질은 여성들이 이공계쪽의 엔지니어링파트에서 일하는게 흔한 일이라고 한다.
아! 모자를 쓰고 찍었어야 했는데... 전형적인 재수없는 동양남자 표시가 난다.ㅎㅎ
광장 한켠에 저렇게 부러진 십자가의 조형물이 있다.
광장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컷.
바실리카 대성당(?)
위의 건물이 브라질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성프란체스코 교회)라고 한다.
남미를 여행하다 보니 오래되고 유명한 건물들은 대부분이 교회 건물들이다.
오르덴 테르세이라 교회, 낡은 건물 교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옛날 포르투칼의 식민수도였던 살바도르는 현재의 브라질 제 4의 도시라고 하는데 건물과 도시의 오랜
전통으로 더 유명하고 주민들의 대다수가 흑인인 것이 특색이다.
가운데는 식당을 홍보하는 영업맨인데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식당 홍보 안할테니 기념사진을 찍자고 해서
룸메이트 대장인 텔마와 함께 한컷..
퇴직 수학선생인 텔마는 쿠바의 솔리다드(공동체농장)에 관심이 많아 자원봉사로 쿠바를 이미 몇번 다녀왔고
저 붉은 별의 모자도 쿠바에서 산 것이라 한다.
아이들이 전통음악을 연주하는데 그냥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어른들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위 아래로 바꿔 놓을 때마다 멋진 풍경이 연출되는 액자다.
살바도로 바닷가...
이 건물은 해양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고(입장료 10헤알) 위에는 등대가 있다.
브라질은 한국만큼 기독교의 열풍이 강한 나라라고 한다.
어딜가나 예수 동상이 있다. 저 언덕에서 팔 벌린 예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살바도르는 전체적으로 리오처럼 길지는 않지만 해변들이 굉장히 많다.
가까이서는 못 찍고 멀리서 한 컷,
멋진 석양을 찍고 싶었는데 해가 지는 지점이 수평선이 아니라 아쉬웠다.
브라질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준 텔마, 마르셀, 미셀
자연스럽게 사진 찍는 포즈를 배워야 하는데... 카메라와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항상 어색하다.
'여행 > 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팬치들의 천국, 리오!!! (0) | 2011.09.15 |
---|---|
브라질 사람들도 오해하는 수도도 아닌 제1의 도시 상 파울로... (0) | 2011.09.07 |
우리도르코(Uridorco Hill) 산 등정 - 상쾌한 기분까진 좋았는데 가벼워진 몸 때문에 고생좀 했다.TT (0) | 2011.08.30 |
아르헨티나의 코르도바, 알타 그라시아와 체 게바라 박물관... (0) | 2011.08.29 |
아르헨티나의 쭉 뻗는 도로들과 언덕길이 주는 재미.^^ (0) | 2011.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