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미

우리도르코(Uridorco Hill) 산 등정 - 상쾌한 기분까진 좋았는데 가벼워진 몸 때문에 고생좀 했다.TT

hansgim 2011. 8. 30. 09:20

 

 

 

이 산을 올라가는데 입장료가 40페소. 우리 돈으로 만원이 넘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산 전체가 개인 사유지란다.헉...


해발 1,979미터. 고산이라 그런지 신상명세를 관리사무소에 제출하고,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유인물을 보니 통상 오르는데 4시간, 내려오는데 3시간이 걸리므로 정상

에서 3시 전에 내려와야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올 수 있다는 안내가 있다.

“와... 되게 힘든 산인가보다.”생각하며 등산을 시작했다.

 

 

 

산에 오르면서 내려다 본 카필라 델 몬테...

이 곳은 에너지, 즉 우리말로 氣가 나오는 곳으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알려져 있으며

우주선이 나타난 곳으로 언론에 보도되어 더 유명해 졌단다.

 

 

 

저 멀리 강인지 호수인지도 보인다.

 

 

 

 

 

 

 

 

 

 

 

 

 

남미에서 본 대부분의 산들은 풀은 있은데 나무는 거의 없는 벌거숭이다.

 

 

 

 

 

산을 오르디 보니 등산로를 경사지게 만들지 않고 빙 돌아 완만하게 만들어 놓아 힘이 덜 드는 대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알았다. 암튼 중간 중간 지름길도 보였지만 등산로 팻말만 따라 오르기를

어!! 이거 2시간 만에 정상에 올라와 버렸다. !!!

 

다른 사람들은 여기가 경관이 멋있다고 하던데...

솔직히 나는 록키나, 안데스의 설산, 우유니 사막 등 좋은 곳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이 곳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무가 없는 산이지만 풀이라도 파랬으면 좋으려만...

겨울이라 그런지 아직은 누런색이 대부분이어 경관의 아름다움을 감소시키고 있다.

 

 

해발고도 1,979미터 우리나라 설악산이나 지리산 보다 높은 산이다.

하지만 등산 출발지점의 고도또한 1,000미터 이상이라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정상 부근에서 점심을 먹는데 옆에 나타난 새...

빵 가루를 주니 쨉싸게 받아 먹는다.

 

 

 

주변 경치를 구경하면서 정상에서 준비해 간 빵과 바바나 귤,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주먹밥은 전날 먹다 남은 밥을 뭉쳐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것인데 허옇게 말라 비틀어져

조금 먹다가 나를 부러워 쳐다보는 개들에게 나눠주었다. ㅋㅋㅋ

무슨 소린가 하면 여기 아르헨티나는 정말로 개들의 천국이다. 거리 사방 개들이 활보하고

사방에 한쪽다리 들고 영역표시하고, 해가 비치는 곳엔 어김없이 개들이 누워서 일광욕을 한다.

그러다 보니 그 산꼭대기지 대여섯 마리의 개들이 올라와 같이 경치구경을 했는데 밥을 안 싸온

개들이 사람 먹는 걸 부러워 쳐다보고 있으니 혼자 먹을 수 없어 나눠 주었다는 얘기다.ㅋㅋ

그리고 여기 개들은 애완견이 아니다. 대부분 세파트나 포인트처럼 등치가 근 개들이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지만 이건 개들이 버스터미널 내부까지 들어와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으로

컹컹 짖어 대고 뛰어다며 정말 개판을 연출한다.

나중에 개들의 개체수가 사람보다 더 많이지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걱정도 되었다.

 

 

 

 

 

 

 

 

 

 

 

 

4시간 걸린다는 코스를 2시간만에 왔으니 3시간 걸린다는 내려가는 코스는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까?

총 3시간 만에 내려가면 관리사무소 사람이 뭐라 할까? 등등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영웅심리에 도취되어

룰~룰 랄~라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 올 때와는 달리 경사진 지름길도 이용하고... 빨리 내려가면 뭐하나? 빨래나 할까 등등의 들뜬 상상에 몸도 마음도 가볍게 산을 내려 오는데........

 

 

 

 

어! 마음이 가벼운 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몸이 왜 가볍고 편한거지....

얼마 전 까지는 뭔가 어깨에 걸리적 거리는 게 있었는데...

가방에 있나?

가방을 열었다! 근데 없다!!!

뭐가?

오 마이 갓!!!!

내 카메라!


순간,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중간에 두 번 쉬었는데 두 번째 쉴 때 어깨가 거추장스러워 풀러놓고는 그냥

하산한 것이다.ㅜㅜ


사실 카메라에 대한 미련은 별로 없었다.

뉴욕에서 도로에 떨어뜨린 이후 줌의 작동이 잘 안되고, 카메라 렌즈 열림이

반자동이 되어 몇 번 바꿀까 고민하면서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카메라에 있는 사진이다. 칠레에서부터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데!

사진에 대한 생각이 들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거의 다 내려온 산길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쉬었던 지점은 지형상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다행히 그 지점 이후 올라  오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 필름만 아니라면... 저길 다시 오르지 않을텐데...


사실 페루의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인 “와라스”에서도 두시간 넘게 산을 올라 주변의 설산을 망원경으로 열심히 감상해 놓고는 곧 쏟아 질 것처럼 비구름이 몰려오는 바람에 급히 내려왔는데 거의 다 내려와서야 망원경이 없어진 것을 알고는 시커먼 비구름 속을 향해 다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망원경을 포기했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아! 그런데 도대체 어딘거야? 분명 여긴가 하고 가면 아니고 또 가면 아니고, 도대체 얼마나

올라가야 하는 거야? 처음 올라갈 때 보다 도 더 빠른 속도로 다시 오르길 20여분...

왼쪽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고....

있는 힘을 다해 산길을 오른다. 길이 틀릴까봐 지름길도 갈 수 없다.헉 헉 헉...


어! 그런데 처음으로 위에서 사람이 내려온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저 사람이 내 카메라를 가졌다면???

.

.

.

.

그가 내 카메라를 가졌다!!!

그의 손에 들린 나의 카메라 케이스!

내가 올라가며 카메라를 향해 손짓을 하자, 그가 나에게 건네준다.

“아! 그라시아스!” “무챠스 그라시아스!!!”

"정말 다행이다."

뭔가 답례할 가진 게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고 돈을 줄 수도 없고...

고맙다는 말만 수차례 되풀이하고 그를 먼저 내려 보내려다

돌려세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내 카메라를 갖고 내려오던 현지인.

산에 자주 오는 주변사람 같았다.

그리고 다시 내려오는 길...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하산 길의 상쾌한 마음은 사정없이 즐겨라!

단, 가벼워진 몸은 한번쯤 경계하라!”

.

.

.

But,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산모가 해산 후 가벼워진 몸과

화장실 다녀온 후 몸이 가벼워짐은

사정없이 즐겨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