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 남단(Southernmost) Key West.
쿠바와 인접해 있는 너무나 잘 알려진 휴양지라 숙박비가 엄청 비싸
3-4일 머물려던 당초 계획을 바꾸어 1박만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벌을 받은 것인가...
키 웨스트에서 가장 싼 호스텔, 호스텔 닷 컴에서는 검색도 되지 않는 곳인데
숙박비가 1박에 45불.(통상 다른 호스텔은 25불 내외의 숙박비를 받는다.)
암튼 키 웨스트에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비행기표를 이미 사 두었기 때문에
거기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착해 보니 가격에 비해 정말 시설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갔으니 즐겁게 보내야 하는 것이 여행자의 의무...
저녁 노을이 질 무럽 카메라를 들고 나가 연신 사진을 찍어댔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정원에서 러시아에서 온 예쁜 애들 2명에게 그동안 찍은 사진을
설명해 주느라 모기에 물리는 것도 참고 참았다.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로 이동 중 버스에서.. 참 부럽도록 넓은 나라다.
산이 안보이고 집들이 거의 단층, 또는 이층뿐이다. 물론 토네이도를 피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위의 다리는 중간이 끊어진 지금은 쓰지 않는 다리다.
상점앞의 조형물이 우습다.ㅋㅋㅋ
뒤의 조형물이 이 곳이 최남단임을 표시하는 표지로 관광객들의 촬영 명소이다.
저 인간 때문에 속았다. 여잔줄 알고 사진찍으러 갔는데 ㅜㅜ 다리에 털난 남자!
미국에서는 쿠바비자를 내 주지도 않는데 쿠바 상점과 음식점들이 많다.
관광객들의 행렬
영화에서 보았던 굵고 커다란 시가를 거리에서 팔고 있다.
큰 조개 껍질에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놓고 파는데 모양이 예쁘다.
거리를 순찰하는 기마경찰, 라스베가스에도 기마경찰이 야간에 도심에 있었다.
해변에서는 저것 보다 더 야한 수영복을 입은 여자도 있었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에
상점에 마네킹으로 대신 찍었다.ㅋㅋㅋ. 찍는데 지나가는 커플의 여자가 엄청 웃는다ㅎㅎㅎ
시간이 밤 8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이 곳 사람들은 하루를 참 길게 사는 것 같다.
거리의 악사 연주에 맞추어 관광객인듯 한 여자가 춤을 추고 있다.
같이 추려고 하다가 여자의 상태가 아닌 듯 하여 관두었다.ㅎㅎ
전등과 석양을 절묘하게 맞추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약간 놓쳤다.
사람 키의 3배도 넘을 것 같은 큰 조각상이다.
유명 인사들의 그림과 사진을 파는 상점
아래 엘비스프레슬리의 젋은 시절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몇시간을 거닐며 사진을 잘 찍고 돌아와 사진 감상도 잘 했는데
문제는 그 이후 부터
밤 12시경 잠자리에 들었다.
처음 침대를 배정받았을 때 그 침대에 오랬동안 아무도 묵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많이 걸어 피곤했던 탓이 금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잠이 든 것도 잠깐,
목 부근이 가려웠다...
밖에서 모기에 물린 것이 이제 가려운가? 아님 새로운 모기에 물렸나?
그런데 물린 자국이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 셋에서 넷, 넷에서 다섯...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그 좁은 목 둘레를 모기가 그렇게 물 수 있을 까?
후다닥 일어나 불을 켜고 주위를 살폈다.
4개의 침대가 있는 방이었지만 다른 침대의 주인들은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모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왼쪽 팔 꿈치 뒷쪽이 가렵기 시작한다.
얼른 런닝을 벗어 살펴보았다.
웁스!!! 목 주변에 시꺼먼 벌레 한마리가 붙어 있다.
이 놈을 바닥에 털어버리고 신발로 문질렀다.
맙소사!!! 시뻘건 피, 내가 헌혈한 피가 바닥을 길게 장식한다.
이 놈 한 놈만은 아닐거야!
침대 주변 벽을 살펴본다...
움직이는 검은 물체들...
여기 한마리, 저기도 한마리, 저쪽 벽에도 한마리.. 아 큰일 났다...
이 지역 최저가 호스텔이 방 값을 하나보다...
빈대는 밤이되면 나타나서 새벽이면 숨을 곳으로 올라간다는 옛날 어른들의 말이 떠올라
불을 켜 놓고 자기로 했다.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머리 맡에 벗어 두었던 반바지의 느낌이 좋지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잠이 들기도 전에 다시 팔 부근이 가려워 온다.
바지를 털어보니 한마리가 침대에 다시 떨어진다.
이놈을 누르니 침대에 붉은 피가 스며든다.
아! 갑자기 이 글을 쓰는 순간에 물렸던 부근들이 가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여행자가 잠은 자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잠을 자려는데 룸메이트라는 한 친구가 들어와 악수를 청하고는
불을 끄고 다시 나가려한다.
"NO!, Turn on the light! There are a lot of bedbugs!"
"I could't sleep!"
사실 물리기 전 까지 빈대가 영어로 뭔지몰랐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주인에게 설명하려면 빈대의 영어 이름을 알아야 했기에
핸드폰의 영어 사전을 검색했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그 친구가 깜짝 놀라며 자기는 어제밤에 여기서 잤는데 몰랐다고 하기에
빈대에 물린 부분과 피 터지게 싸운 흔적을 보여주었더니 다른 쪽의 빈 침대로
옮기라고 하면서 주인에게 자기가 말을 하겠단다.
'말하면 뭐해! 이미 물렸는데'
잠시 후 주인이 들어와 여기 빈대가 없었다며 혹시 낮에 해변에서 놀다왔나고 묻는다.
해변에서 빈대를 데리고 왔냐는 것인지 아님 해변에서 피부가 익어 가려운 것을 빈대에
물린 것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열심히 설명을 했다.
아! 그런데 빈대에 물린 통증과 가려움은 모기에 물린 것은 저리 가라였다.
옮겨간 침대에 덮을 이불이 없어 먼저 침대의 이불을 털은 후 다시 사용했는데
질긴 놈들이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나 보다. 침대에 누운지 몇분 안되어 다시 다른 부분이
물리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벗어 두었던 반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주인장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밖에 나오자 마자 양쪽 옆구리에 순식간에 이십여 군데의 물린 자국이 나타나며 견딜 수 없이
가렵기 시작한다. 오! 맙소사, 이건 벗어두었던 바지에 빈대가 떼거리로 붙어 있다는 것인데
주인장에게 빈대의 심각성을 말하지만 약간 술에 취한 주인장은 해변에 갔었냐는 말만 돠풀이 할 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순간 떠오른 것은 당시에 입고 있었던 모든 옷들을 격리시키고 샤워 후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는 것.
입었던 옷들을 벗어 모두 압축팩에 밀어 넣고 샤워 후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은 후에야 빈대의 새로운
공격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잠 자는 것을 포기하고 밖에 나와 앉았는데 주인장이 여전히 밖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빈대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왜 안자고 나와 있냐고 물으니 자신은 불면증으로 잠을 잘 수 없다며 얘기를 한다.
의사의 처방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의사가 처방도 해 주지 않으며 별의 별 수단을 다 써보아도
잠을 못자는 날이 많으며 심할 때는 2주 동안 잠을 못 자기도 한다며 하소연을 한다.
이 좋은 휴양지에 살면서 불면증에 시달려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客은 다시한번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주인장은 날이 밝으면 빈대 소탕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밖에서 날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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